[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-시 당선작] 심사평

[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-시 당선작] 심사평

입력 2011-01-03 00:00
수정 2011-01-03 00:0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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살아있는 생각과 언어의 결

응모작들이 기성 시단의 어떤 흐름에 깊이 감염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. 말과 말 사이의 공간이 너무 커서 완전한 독해가 어려운 시들이 적지 않았고, 유행하는 소재를 검증 없이 끌어다 쓰는 안이한 시도 여럿 있었다. 감동을 생산하려는 의지보다 시를 잘 만들려는 욕망이 비대해졌기 때문이 아닐까? 시의 리얼리티에 대한 배려가 전반적으로 부족해 보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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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 부문 심사위원인 안도현(왼쪽) 시인과 백무산 시인이 지난달 16일 최종심사에 오른 작품을 놓고 마지막 조율을 하고 있다. 손형준기자 boltagoo@seoul.co.kr
시 부문 심사위원인 안도현(왼쪽) 시인과 백무산 시인이 지난달 16일 최종심사에 오른 작품을 놓고 마지막 조율을 하고 있다.
손형준기자 boltagoo@seoul.co.kr
당선작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. 신성희씨의 ‘신발들이 날아간다’는 가장 읽을 만한 시였다. ‘벌판에 버려진 신발이 하나 있다/그 외발을 벌판의 창문이라고 혼자서 불러보았다’는 첫머리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. 현란하고 강렬한 이미지들이 시 읽는 재미를 배가시켰다. 다만 지나치게 궤도를 이탈한 몇몇 불안한 표현에 꼬투리를 잡지 않을 수 없었다. 참 아깝다. 머지않아 좋은 시인으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.

강정애씨는 시적 대상을 객관화하면서도 충분히 자기 말을 할 줄 아는 시인이다. 당선작 ‘새장’은 생각과 언어의 결이 살아 있는 시다. 자칫하면 상투성의 늪으로 빠질 수 있는 나무나 새와 같은 소재를 붙잡고 묘한 긴장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.무엇보다 감정을 자제하는 능력이 뛰어나고, 대상을 자기 안으로 바짝 잡아당겨 시를 쓰는 사람이라는 방증이다. 앞으로 서정의 지평을 크게 넓히는 시인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.

시 부문 본심 심사위원 백무산·안도현

예심 심시위원 유성호·손택수

2011-01-03 36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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